안양시 호계동에 위치한 ‘안전운수’. 42대의 택시를 운행 중인 중소규모의 택시회사는 회사 입구에 세워진 구인안내 입간판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문구가 있는데 바로 ‘장애인 모집’이다.

실제로 안전운수에 근무하는 72명의 택시 운전사중 16명이 장애인이다.

김강순 안전운수 대표이사(여)는 “2000년쯤인가 서울서 택시를 탔다가 우연히 장애를 가지신 분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조금만 도와주면 아무런 어려움없이 택시를 운행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 때부터 장애인 택시 운전사를 고용하게 됐다”며 장애인을 택시운전사로 고용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처음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사회공헌차원에서 시작했는데 함께 일해 보니 장점이 많다.”며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해 회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 회사입장에서 장애인택시 고용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장애인에 맞게 택시구조를 개조해야 한다. 주로 하는 개조는 오른 발에 맞춰진 가속페달을 왼 발로 옮기거나, 손으로 브레이크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여기에 1주일 정도 새로운 택시와 장비에 익숙할 수 있게 연수도 실시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모두 추가 비용인 셈이다.

차량 고장 문제도 있다. 주행 중 펑크라도 나면 다른 택시기사와 달리 회사 내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이 고장지점까지 달려가 수리해줘야 한다. 체력문제도 있어서 보통 12시간 주야로 근무교대를 해야 하지만 6∼8시간 정도만 일한다. 세차도 직원들이 도와줘야 한다.

김 대표는 택시업계의 문제인 기사 모집인데 부족한 택시기사를 장애인 택시운전사가 부족한 인력을 채워주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도 아직 5대의 택시가 계속 서있다. 사람만 있다면 장애인 택시운전사를 더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윤구 경기도 사회적일자리과장은 “장애인 취업지원 사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취직이 되더라도 사회적응 문제로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라며 “택시는 개인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장애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 과장은 “장애등급과 관련 없이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면서 “장애인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택시회사 입장에서는 부족한 운전사를 충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망한 장애인 일자리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장애인 택시운전사양성사업에는 올해 88명이 참가신청을 했으며 48명이 택시면허 취득이나 연수 지원 혜택을 받았다. 이 가운데 현재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23개 업체에 32명이며 올해 취업목표가 30명 이었는데 3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택시운전사로 활동 중인 장애인들의 만족도도 높다. 안전운수에 취업한 지 1달 됐다는 손봉석(58세. 지체3급)씨는 “개인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난 뒤 9년 동안 실업자로 지냈다.”면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출근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인쇄업에 종사하던 김태혁(45세. 신장2급) 씨는 택시가 가장 적합한 일자리여서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하루 10시간 정도 복막투석을 받아야 하고, 체력도 약해서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면서 “하루 6∼7시간만 일을 하면 돼 택시를 선택했다. 집에서 쉴 때 보다 활력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

경기도는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년부터 도 지원을 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 대표와 장애인 택시운전사는 모두 “시도해 보라”고 입을 모았다.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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