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건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 그는 어떤 사람일까? 사뭇 궁금했었다. 이 위원장이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이동권 보장과 차별철폐를 외치면서 14일 동안 단식농성을 할 때 모습은 ‘죽으면 죽으리라’는 강경한 모습을 보였지만 직접 대면한 이 위원장의 모습은 여린 마음에 순수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장애인의 문제에 있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진정한 활동가의 모습이었다. 그는 2002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장애를 입게 되었지만 좌절이란 없어 보였다. 한국장애인뉴스는 이룸센터 고공농성 이후 근황 및 이슈화가 되고 있는 장애인의 이야기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들을 이 위원장으로부터 허심탄회하게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박재석 기자 ▶ 이룸센터에서 고공 단식농성 이후 건강 상태는 괜찮습니까?

이도건 집행위원장 ▶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구요. 바로 원상태로 돌아가기는 힘든 상태라 차근차근 무리 없이 회복 중입니다. 아무래도 단식을 오랫동안 하면서 몸상태가 불균형으로 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입원하면서 진료 잘 받았습니다. 그리고 편도염도 안 좋았는데 입원해 있는 동안 많이 좋아졌습니다.

박재석 기자 ▶ 경기도청 시위부터 단식농성까지 의미와 성과를 이야기한다면?

이도건 집행위원장 ▶ 정부는 말할 나위도 없구요. 지방 지자체들이 국민이 낸 세금으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하는 태도에 분노를 느꼈고 차별적인 환경에 저항해 우리는 투쟁을 한 것입니다.

육교에 매달려 보기도 하고 단식농성까지 39일 간 이어 오게 되었습니다. 차별에 맞서 어떻게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 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고 농성하는 시간들이 국민들과 소통하는 시간들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성과라고 한다면 경기도에서 이동권 보장 등 올해 당장 추경예산에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런 투쟁으로 경기도와 다른 지자체들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박재석 기자 ▶ 경기도와 합의를 하면서 농성이 끝났습니다. 그래도 아쉬움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이도건 집행위원장 ▶ 이번에 농성을 접으면서 합의한 것은 이동권 보장에 대한 일부분의 내용입니다. 어쩌면 선언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앞으로 구체적이며 더 정상적으로 예산이 반영되고 실'적으로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정책화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이 계속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만약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예산이 없다고 이동권 보장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끝까지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지방지자체가 그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31개 시,군이 아니라 331개 시,군이라도 끝까지 투쟁해야 합니다. 다만 경기도가 예산을 더 투입해서 이동권 보장을 약속했기 때문에 응당, 31개 시,군도 이동권 보장과 차별철폐에 대한 정책들을 반영할 것으로 믿습니다.

박재석 기자 ▶ 이룸센터에서 농성하면서 장애인단체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많은 않았습니다. 심지어 어느 단체는 ‘장애인단체 있는 곳에서 왜 시위하느냐’는 말도 있었고 시위를 지지하는 단체도 있었는데 부분적 갈등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도건 집행위원장 ▶ 우선 단식농성 과정에 피해를 드린 점은 사과를 드립니다.

다만 우리는 수많은 방법을 통해 우리가 같이 누려야 할 기본권에 대해서 이야기 해 왔고 투쟁해 왔습니다. 이룸센터에서 농성하게 된 이유는 경기도청과 육교에서 버스 앞에서까지 농성했지만 별 성과가 없어 최후방법으로 이룸센터를 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 센터에서 정착해 업무를 추진하는 장애인단체와 지역 활동가들이 더 많은 감수성과 차별의 분노를 가지고 투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저상버스, 특별교통 수단 이런 문제들은 개선되지 않고 제 자리에만 있을 겁니다. 이제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 같이 분노하고.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박재석 기자 ▶ 지난 5월 남원과 최근 경기도 장애인시설에서 폭행과 성폭력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며,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이도건 집행위원장 ▶ 지역에서 같이 살아야 할 누구나, 장애인이든 아니든 남녀노소가 ‘같이 살아야 한다’는 대전제가 상식이 되지 않는 사회, 시설에서 가두어서 살게 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구조 속에서 시설 문제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투명하게 운영한다고 하지만 계속 되는 시설에 세습이 용인되고 부(富)의 축적 도구로서 오용되는 시설의 문제를 해결되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지킴이 등이 있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최악의 경우만 예방하려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자유롭게 나와서 자립할 수 있는 구조가 확보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인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거주시설에서 인권을 강화한다는데 그 자체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자립할 수 없다면 어떤 대책이라도 미봉책에 불과할 뿐입니다.

박재석 기자 ▶ 요즘 장애계 핫이슈는 탈시설이라 생각하는데 이 위원장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이도건 집행위원장 ▶ 저도 ‘탈시설’ 적극 찬성합니다.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자존감,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한적인 시설이라는 곳에서 빼앗고 있습니다. 주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객체로 전락시킨 것이 시설에 핵심적인 문제입니다. 그 안에는 자본의 논리가 있죠. 심지어 시설의 운영자들이 운영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현실입니다.

탈시설은 개인으로 보면 지역에서 함께 살고 인권을 담보할 수 있으며 또 다른 맥락으로 본다면 한쪽으로 권력화 되어 있는 시설 자본의 해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는 자본과 권력을 바로 잡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탈시설은 의미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탈시설에 관한 투쟁도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박재석 기자 ▶ 장애인등급제가 곧 개정됩니다. 생각을 말씀해 주세요.

이도건 집행위원장 ▶ 현재 복지부에서 추진하는 것은 중경단순화 하겠다는 거 아닙니까? 이것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기준으로 중증과 경증으로 나눌 것이며 결국 장애등급제는 예산의 논리로 수요자를 조절하겠다는 말인데 우리는 장애인등급제폐지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등급제는 6단계에서 2단계로 축소하는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각 장애유형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지원할 문제지 중증, 경증으로 나눌 문제는 아닙니다.

박재석 기자 ▶ 앞으로 420공투단의 투쟁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이도건 집행위원장 ▶ 우선 420공투단은 해단을 합니다. 대신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그간에 교섭했던 것을 진행하고 12일 경기도와 TFT를 구성해 협상을 시작하게 됩니다.

우리는 계속 10대 요구안을 관찰하기 위해 경기도와 협상을 잘해 나갈 계획이며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우리의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고 교섭하며 투쟁할 계획입니다.

박재석 기자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이도건 집행위원장 ▶ 선배들이 투쟁을 해서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사실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좋아졌다고 해서 안주할 상황은 아닙니다. 절망해서 자살하고, 집밖으로 나올 수 없는 장애인들이 많은데 저를 포함해서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 될 때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이것은 39일 간 투쟁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생각입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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