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익 해냄복지회 상임이사 강의하는 모습

사실 전통적인 재활패러다임에서 장애인 문제를 다루는 기본적인 입장은‘장애인을 어떻게 재활(rehabilitation)시키는가’에 있다. 즉, 장애인을 어떻게 치료, 교육, 훈련시켜 일반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사회적 능력에 도달하게 할 것인가가 장애인복지 실천현장에서 주된 관심의 방향이었다.

장애인이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으로‘손상(impairment)’된 것을 회복시켜 사회적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이런 재활의 관점은 문제에 대한 정의, 소재, 실천방안까지 포괄하며 장애인의 정상적인 ‘사회적 역할(social role)’ 수행을 위하여 치료나 훈련이 필수불가결한 과정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장애라는 것이 치료, 교육, 훈련으로 극복이 가능하고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이 도달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보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중증장애란 사실상 개인적으로 평생 경험적이고 지속적으로 지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며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는 자를 말한다. 이러한 맥락적 관점에서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장애개인을 둘러싼 환경을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인 범주(사회지원체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새로운 관점의 경향이 그동안 계속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DeJong(1981)은 장애가 너무 심해 재활서비스의 대상이 되지 못했던 중증장애인들이 재활전문가의 도움이 없이도 자립을 성취해내고 있는(achieving independence) 사실은 기존과학(normal science)이 설명할 수 없는 예외(변칙)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보았으며, 이것은 자립생활운동으로 인해 수많은 예외가 발생했기에 자립생활은 새로운 방식의 사고로 주목받게 될 것이며, 결국 기존의 재활패러다임은 서서히 폐기될 것이라는 논의를 제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자립생활패러다임에서의 장애란 우리사회에서 장애인을 제한하는 모든 것을 함축하는 것으로서 사회적 편견에서 제도적인 차별까지, 접근이 불가능한 물리적 사회환경에서 교육체계까지, 분리교육에서 노동에서의 배제까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게 되며 그로 인해 자립생활패러다임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사는 것을 막는 환경적 장벽을 제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장애인 문제해결의 개입방법이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다른 이유는 장애인 문제의 소재를 바라보는 관점이 양자가 극명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재활패러다임의 경우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 개인에게 있으며 변화되어야 할 것은 장애인 개인이라고 보고 있고, 장애인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사, 물리치료사, 직업치료사, 직업재활사 혹은 사회복지사의 지시나 조언에 따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자립생활패러다임의 경우, 장애인 문제는 장애인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재활패러다임이 제시하고 있는 문제해결방법 그 자체, 즉 의사 대(versus) 환자 또는 전문가 대(versus) 이용자에 있어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의존적 관계를 제일 큰 문제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재활서비스 그 자체를 해결책으로 보지 않고 그것을 문제의 일부로 보며, 정말 큰 문제는 장애인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재활과정과 장애인을 배제하고 있는 전반적인‘사회적 통제기제(social control mechanism)’를 포함하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환경에 있다고 본다.

이렇듯 최근 全세계적으로 장애인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손상된 자의 개별적 요인보다는 사회적 맥락에서 발생되는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져 왔고, 사회문화적 관계나 사회제도 및 환경적 요소로 관심이 전환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장애인의 고용도 마찬가지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장애인의 고용지원을 통해 활성화하기 위해 미국에서 직업재활체계를 만들어 실시하였지만, 재활전문가들조차 직업재활기법만으로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을 고용시키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 많아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자립생활서비스를 제도화하기 위한 법안을 1959년과 1961년 두 번에 걸쳐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였다.

하지만 미행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그 당시에는 통과되지 못하였으나 1973년 비로소 최초의 장애인 민권법이라 불리는 재활법(The Rehabilitation Act)이 제정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에게는 사실상 직업재활만으로는 고용이 힘들기 때문에 자립생활서비스와 소득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활전문가들조차 말하고자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일반적으로 경한 장애인에게는 기존의 직업재활과정으로도 충분히 고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한 장애인의 고용증대를 위해서는 직업재활을 더 세부적으로 연구하여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신체적·지적으로 손상이 심해 직업재활과정 자체가 부적합한 면이 사실 많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직업재활전문가의 취업기술이나 직업상담기법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장애정도가 너무 심하게 되면 고용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fact)이다.

이러한 사실을 직업재활전문가들이 무시한다면 중증장애인의 고용은 더 어려워질 것이며, 고용실적이 저조하게 되어 결국 재활전문가들에게도 사회적 ․ 직업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사회적 고용지원시스템 구축’현황을 봤을 때, 중증장애인은 이러한 직업재활과정 자체로는 거의 고용이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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