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전국 17개 시·도협회와 230개 시·군·구지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장애인당사자단체다.

지장협은 1986년 출범이래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였으며 그동안 장애인복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 왔다. 그 역할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김광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장애인뉴스는 2012년 중앙회장 취임 이래 든든하게 지장협을 지켜오고 있는 김광환 중앙회장을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광환 중앙회장은 취재팀을 반갑게 맞이해 주웠으며 이귀선 한국장애인뉴스 대표와 장애계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계획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편집자 주.]

이귀선 대표 ▶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 단체와 개인이 출마를 많이 했지만 공천도 받지 못했습니다. 지장협만의 대책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김광환 중앙회장 ▶지장협만의 대책보다는 장애계의 대책 마련에 지장협이 힘과 지혜를 모아 기여하고자 합니다. 지금은 장애인 정치참여를 위해 장애계가 단합할 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장협은 장애인 정치 배제 현실을 비판하는 ‘총궐기대회’와 같은 집회를 함께하며 행동하고, ‘장애인 정치참여 정책토론회’와 같은 장애계 토론의 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장애계의 단결과 소통에 활발히 나서고 있습니다.

또 최근 주요 장애계단체가 모여 토론한 제1회 장애인 아고라에서 전문적 역량을 갖춘 장애인 정치신인 양성을 위해 ‘제2의 의회정치대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의회정치대학은 지장협이 1990년대 본격적인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위해 개설하고, 많은 장애인 정치인을 양성한 사업이었습니다. 장애인 정치참여가 후퇴한 지금, 더 절실한 심정으로 장애계 인재 육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의회정치대학과 같은 인재육성 사업을 치열하게 고민해 준비할 계획입니다.

이귀선 대표 ▶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 장애계에서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장애계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각자(단체)가 총선 출마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광환 중앙회장 ▶ 장애계가 안일했던 점이 있지만 반성만 하는 것은 장애계를 외면한 정치권에 면죄부를 줄 수 있습니다. 장애인 비례대표가 전무한 결과의 책임은 장애인이 아닌 정치권에 먼저 묻는 것이 옳습니다. 정치권은 정치공학적인 상황에 따라 비례대표 선정 기준을 그때그때 달리 적용하고 있습니다. 비례대표 의원이란 지역구 선거로 반영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의 이해를 균형 있게 대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임에도, 우리나라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대표적 취약계층인 장애인을 모두 배제한 정치권의 행태는 사회적 약속을 저버린 결정입니다. 이에 우리 장애계에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주요 정당의 당헌·당규에 장애인 비례대표 선정을 명문화 할 것을 강도 높게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이귀선 대표 ▶ 정부에서 장애인고용을 2.7%로 정하고 있지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문제로 장애인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급비를 받는 장애인이 취업하면 수급비가 끊어져 의료지원도 못 받는데 해결방안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김광환 중앙회장 ▶ 취직을 하고 싶지만 제도적인 문제로 취직을 포기하거나, 소득 내역이 집계되지 않는 열악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장애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장애여부와는 상관없이 소득수준으로만 기초생활수급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입니다. 월수입이 169만원을 넘으면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서 탈락시키는데, 이때 전혀 장애를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은 의료비나 기타 생활 유지비가 비장애인보다 많이 든다는 점을 반영해서 수급자 선정 상한선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또 1990년 제정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는 지장협의 초대고문인 양경자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입니다. 이는 지장협의 숙원이기도 했습니다. 양경자 전 의원은 지장협의 고문 활동이 ‘장애인 고용촉진법’을 더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탄탄하게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장협은 이후로도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률 준수와 확대를 꾸준히 요구해 왔습니다.

최근 정부의 움직임도 장애인 고용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월, 장애인 표준 사업장을 늘리고,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 조정하는 한편 장애인을 고용하는 사업주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려는 정부의 뜻과는 다르게 주요 대기업들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2.09%로, 민간 기업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인 2.7%에 못 미치는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에 대체로 동의하며 장애계에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장애인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제안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귀선 대표 ▶ ‘장애인고용이 장애인 최대 복지’라는 말이 있는데 정부나 기업 등의 일자리를 보면 바리스타나 단순업무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 중에 능력과 재능이 많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 가치를 인정 못하는 경우기 많은데, 재능을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광환 중앙회장 ▶ 정부와 기업, 민간이 함께 힘을 합쳐 단순 업무뿐만 아니라 다양한 직종에 장애인이 진출할 수 있도록 직업능력개발훈련 인프라를 확대해야 합니다.

장애인고용공단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찾아 직업능력개발원을 신설하고, 기업은 채용직무에 적합한 훈련을 제공하는 맞춤훈련센터를 확대해야 합니다. 또 장애인단체 등 민간은 장애인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차별과 편견을 제거해나가는 인식개선 활동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이귀선 대표 ▶ 박근혜 정부에서 복지가 전반적으로 후퇴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복지를 평가해 주시고 회장님만의 복지정책을 설계하신다면 어떤 정책을 펼칠 생각이십니까?

김광환 중앙회장 ▶ 박근혜 정부에서 송파 세 모녀 사건이나 동두천 모자 등 생활고 가족사망이 잇따랐고, 지체장애인 화재사망 사건과 같은 취약계층 안전사고도 화두에 올랐습니다.

이에 정부는 ‘복지사각지대 발굴 및 지원종합대책’을 수립했으나, 1년만인 지난해 ‘복지재정 효율화’ 정책으로 1조원에 달하는 복지축소방안을 단행했습니다. 나라살림이 어려울 때 복지재정을 줄이는 것은 취약계층을 더욱 사지로 내모는 것입니다.

이처럼 경기침체에 복지재정을 줄임으로써 위기를 모면해보자는 계획은 다분히 일차적인 방침입니다. 이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그저 복지의 수혜자로만 보는 시각에 기인합니다. 취약계층 중 경제발전을 이끌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존재합니다. 이들이 수혜자인 동시에 지원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복지환경을 개선한다면 어두운 경기침체의 터널을 통과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귀선 대표 ▶ 복지시설을 종교단체에서 많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계와 갈등이 있고 지난 3월에는 경기 지장협이 화성에 있는 모 사찰에서 복지시설 운영 때문에 시위하기도 했는데, 이 문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광환 중앙회장 ▶ 이제 장애인복지관은 장애인당사자가 운영하는 것이 맞습니다.

과거 사회복지분야에서 종교계의 역할이 지대하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제 국내의 복지수준은 과거의 시혜적 복지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습니다. 종교계는 장애인복지와 같이 전문적이고 당사자기반의 가치 지향적 복지 분야에 대한 접근보다는 정신적으로 척박해진 현대인의 가치관 형성과 마음치유에 큰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신념을 갖고 경기지장협 회원들이 뭉쳐서 항의집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화답해 앞으로 장애인당사자들의 입장을 존중하며 장애인 복지발전에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도 지장협은 조계종뿐 아니라 다른 종교법인의 장애인복지관 운영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장애인당사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투쟁할 방침입니다.

김광환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중앙회장과 이귀선 한국장애인뉴스 대표

이귀선 대표 ▶ 장애계에서 지장협이 등록회원 수나 규모면에서 제일 큰 조직입니다. 하지만 미흡한 것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민망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광환 중앙회장 ▶ 지장협은 전국 17개 시·도협회와 230개 시·군·구지회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장애인당사자단체입니다. 전국 어디에나 지장협 사무실이 있기 때문에 최대 규모의 정책제안 활동과 각종 모니터링을 빠르고 객관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문화예술이나 여가 활동 등의 교류도 활발하게 펼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전국 조직을 유지하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재정이나 인력 등의 문제로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무실도 상당히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활동가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애인 복지발전의 신념을 품고, 각종 지자체 사업이나 장애인생산품 제작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장애인단체들을 많이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귀선 대표 ▶ 앞으로 지장협의 계획도 말씀해 주세요.

김광환 중앙회장 ▶ 지장협은 1986년, 이 땅에 장애인복지가 척박하던 시절부터 장애인당사자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조직을 만들어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를 선도해 왔습니다.

지장협은 그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30년간 끈기 있게 장애인복지 발전을 일궈왔다는 자부심으로 앞으로도 장애인당사자주의를 바탕으로 한 사회발전을 이끌어가야 할 것입니다.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지장협 30년사 발간 등 기념사업을 추진해 지장협의 역사를 바로 알고,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미래지향적 장애인정책개발로 장애인복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펼쳐 나가야 합니다. 장애인의 고용과 편의시설, 문화, 체육, 관광 등 장애인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 지장협이 있다는 생각으로 장애인정책을 선도할 것입니다.

또한 장애인의 인권의식 향상과 역량강화에 역점을 둘 것입니다. 우리 협회가 전국 시·군·구 단위까지 구성을 완료한 장애인인권위원회의 활동을 활성화해 장애인인권옹호에 앞장서며, 장애인 인재양성과 자주적인 역량을 배양하도록 지원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이귀선 대표 ▶ 지장협 중앙회장으로써 보람을 느낄 때를 말씀해 주시고 끝으로 각 시도지회에 부탁이나 하고 싶은 말씀해주세요.

김광환 중앙회장 ▶ 보람과 감동을 느낄 때가 참 많은데 그중 꼽아보자면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전국 순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매년 진행하는 전국 순시는 지장협 중앙회장의 중요한 업무이며, 의무입니다. 순시에서는 중앙회와 지역 협회가 만나 터놓고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합니다.

지역에 가면 협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지역 장애인복지를 위해 고군분투하는지 느껴집니다. 지역에 절실한 장애인정책을 연구해서 제안하고, 제정된 정책을 제대로 실현하는지 모니터링하며 부족한 점을 요구합니다. 또 차별의 장벽을 없애기 위해 학교나 각종 모임에서 장애인식개선 교육과 캠페인을 벌이며 지역 주민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장애인복지에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세심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먼저 정성스럽게 활동하는 전국의 지도자와 회원분들께 깊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우리 협회는 국내 최고의 장애인당사자 단체로서의 위상이 있는 만큼, 자부심을 갖고 그 자부심만큼이나 높은 도덕성과 자기계발 의무를 다하기를 바랍니다. 이와 함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실현하며 지역 장애인복지의 구심으로 발전을 선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귀선 대표 ▶ 장애인과 장애계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광환 중앙회장 ▶ 장애인복지는 사회복지의 척도가 되고, 사회복지 발전은 사회 전체 발전의 토대가 됩니다. 우리는 장애인복지 발전을 통해 사회복지와 우리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활동해나가야 합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우리가 가는 길이 곧 역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건강하고 발전적인 복지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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