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뇌병변(선천성 뇌성마비)장애로 사십 여년을 살아왔다. 수많은 장애물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호에선 3년 전부터 타고 다니고 있는 전동휠체어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나의 건강이 악화되어 휠체어를 타기 전까진 버스를 타고 가거나 직접 자동차를 운전을 하고 다녔었다. 그때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차로로 다니시는 장애인분들을 보면 무모하다싶을 정도의 위험함 때문에 가슴 졸이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히나 야간에 운전을 하다 라이트도 켜져 있지 않은 휠체어를 갑자기 만나면 얼마나 식겁했는지 “도대체, 왜 인도로 안다니고 차도로 다니는 거야? 저러다 사고 나면 누굴 원망하시려고 그러시나~~~?”라는 말이 절로 내뱉어지면서 같은 장애인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안타까움과 불만이 동시에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나 자신도 휠체어를 타게 되었고 나중엔 전동휠체어까지 구입, 차(?)만 3대가 되어 버렸다. 전동휠체어는 집(아파트)에서 내려와 경비원의 도움 없이 자동차를 타기 위한 용도로만 이용했었다. 현실적으로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수동 휠체어를 차에 올리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가까운 주민 센터에 갈 일이 생겨 차를 이용하지 않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한번 가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예전에 걸어 다녔던 길을 생각하며 최대한 차가 안다니는 길로 천천히 출발했다. 그때가 휠체어를 탄 이후로 처음 걸어간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었다. 운전을 하고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자유감이랄까?

그러나 얼마 못가 봉착한 난관이 있었으니 바로 인도로 올라가야하는 턱이었다. 10㎝가 넘는 턱을 못 올라가서 100m를 돌아가야 했다. 아파트단지 내 도로가 이렇다는 걸 27년을 살았는데도 그제야 알았다. 그 후로도 계속 인도로 올라가지 못하고 차도 가장자리로 가야했다.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높은 과속방지턱을 넘어가다 쿵하고 전해져오는 충격은 여간 큰 것이 아니었다. 내가 타고 있는 독일제 전동휠체어는 쿠션기능이 없었던 것이다. 왜 그런가에 대해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전동휠체어가 필요하다.’편에서 이야기 하겠다.

아파트단지 안의 길은 그래도 차량통행이 적어 안전면에 있어서는 나은 편이다. 그러나 혹자는 아파트가 오래되어서 인도의 턱이 그럴 수밖에 없지 않냐? 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주차장이 부족하다고 나무를 베고, 인도를 걷어내 주차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의 편의를 해결해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지 않은가? 나는 차도 없고 나무가 있는 것을 좋아하니 만들지 마시오 할 사람이 있을까? 아파트 벽에 칠이 벗겨져 페인팅을 다시 하는 것과 같이 인도의 턱이 높아서 휠체어가 못 올라간다면 턱을 낮추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파트단지 밖 우리 사회의 도로는 어떠한가? 오늘 가만히 길을 걷다가 잠깐만이라도 인도를 살펴봤으면 좋겠다. 내가 휠체어를 타고 간다고 생각을 한다면 과연 어떤 턱이 가로막고 있는지를…….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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