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 하는 소리와 함께 나의 삶은 20대에 바뀌어 버렸습니다.

철없는 22살의 나이에 시집을 왔습니다. 어린 나이에 겪는 시집살이는 고추보다 더 매웠으나 아이를 낳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시골이었기에 정신없이 일하다보면 결실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고 몸은 힘이 들어도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혼을 한지 6년 만에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서산으로 4박 5일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외출이라곤 하루 이틀이 고작이었던 결혼생활 속에 얻게 된 여행이라 잠까지 설치며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서산에 도착했습니다. 첫날은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모르게 흘러갔습니다. 둘째날 기사님께서 너무나 기분이 좋은 나머지 과속 운전을 하셨으나 우리들은 들뜬 마음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순간, 굉음이 들렸습니다.

꽝! 

함께 있던 많은 승객들이 염전밭에 흩어졌습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난 정신을 잃었습니다. 가까스로 눈을 뜨고 보니 사람들이 구겨지고 포개어진 채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 일어서려 했으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의 고함소리와 엠블런스 소리가 요란했습니다. 견딜 수 없는 통증이 밀려왔고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몸이 떨렸습니다. 사람들에 의해 엠블런스에 실려 도착한 곳은 서울 고대병원이었습니다.

병원에 실려온 후 끝없는 고통과 아픔을 견뎌야 했습니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다는 의사 선생님의 진단은 가슴을 저미는 아픔이었습니다. 평생을 장애인으로 살아야 한다니 차라리 죽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장애인의 생활이나 아픔을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은 내게 어느 곳에도 없었습니다. 1급 장애인으로 살아갈 바엔 죽음을 택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삶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헌신적으로 보살펴 주었으며 내 분신인 아들 형제가 늘 곁에서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장애인이 된 엄마를 바라보면서 반듯이 커가는 모습에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남편에게 너무나 고마웠고 아들로 인해 힘이 생겨 잘 살아 내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고 열심히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순간 바뀌어버린 나의 삶이 어언 20년이 지났습니다. 피어보지도 못한 청춘을 돌아보며 즐거움보다는 슬픔이 커 힘겨운 나날이었지만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가족으로 인해 새로운 인생을 받아들이고 중년의 나이로 접어 들었습니다. 이제는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집에서 집만 보다가 “중중장애인 세상 보여주기”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두천 지체장애인 협회를 알게 되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따라나서게 되었는데 나보다 더 힘겨운 장애인이 많다는 것에 너무나 놀라움을 금치못했고 ‘너무나 따뜻한 마음과 정으로 보살펴 주시는 협회가 있구나!’ 가슴 속 깊이 행복을 느꼈습니다.

나들이라는 건 생각도 못하는 내게 소풍도 갈 수 있게 해주었고 사랑나눔회 회원들은 정성을 다해 내게 사랑을 퍼주었습니다.

사고가 있기 전에 힘도 좋고 운동을 좋아하던 내게 배드민턴 동호회에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걷지도 못하는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컸지만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 배드민턴을 치고 있는 장애인들을 지켜보다 배드민턴 라켓을 잡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에 한순간 절망하기도 했지만 마음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동료들이 고마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운동한 결과 몇 년이 흘러 전국장애인체전에서 2012년에 동메달, 2013년 은메달, 2015년 동메달의 성적을 올리고 왔습니다.

꽃꽂이와 요리를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찾았습니다. 모든 것에 자신없던 나였는데 이제는 다른 장애인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하루 하루가 너무 행복합니다. 운동을 하며 건강도 찾았습니다. 힘들었던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긍정으로 생각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그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라고 느꼈습니다.

오늘도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고 소중한 하루를 보냅니다.

3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배드민턴 복식 동메달 수상 백경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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