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사(연재1)에 이어 시각장애인 혼성듀엣 'B&W'와의 Q&A 인터뷰를 게재한다.

공연모습

B&W는 언제 결성하시게 된 건가요?

2013년12월에 결성해서 이듬해 1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듀엣이니 서로에 대해 잘 알게 될 기회가 많을 것 같은데, 서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한찬수) 진주씨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정말... 나보다 많은 사람은 처음 봤어요. 난 내가 최고인 줄 알았거든요.(웃음) 진주씨 승부욕이 강하고 음악적 욕심이 다분해요. 어떻게 보면 그게 장점이면서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사람이 뭔가에 몰두해버리면 자기 몸 상하는 줄도 모르게 되거든요.

이진주) 한찬수씨가 먼저 음악을 시작했잖아요. 저는 이제 막 배우면서 따라가는 거고... 항상 기다려주고 작은 것에도 응원해주고 하는 게 정말 힘이 되더라구요.

 

진주씨는 음악을 늦게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그럼 어떻게 두 분이 팀까지 결성하시게 된 건가요?

한찬수) 장애인협회에서 진주씨를 알게 됐는데, 힘들어하는 게 느껴졌고 제가 기타 한 번 배워보라고 권했었죠. 다른 데서 3년동안 배우다가, 자기가 원하는 걸 배울 수가 없다고 때려 치고 저한테 찾아오더라구요. 처음엔 기타만 가르칠 생각이었는데 기타치면서 노래를 하는데 오히려 제가 진주씨 노래에 꽂힌 거에요. 그래서 그날부터 보컬트레이닝도 같이 하면서 듀엣을 준비하게 된 거죠.

그 전엔 그럼 노래를 해본 적이 없으세요? 합창이나 뭐 그런...

이진주) 합창이야 학교 때 다 같이 부르고 그랬던 게 다고... 없어요. 노래를 제대로 했던 적은.

한찬수)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였대요. 그리고 들어보니까 노래도 별로 안듣고 살았더라고요. 아는 노래가 없어~(웃음) 공연 레파토리를 만들어야 되니까 이곡 한 번 해보자고 하면 전혀 몰라요. 그래서 노래 한곡을 연습하려면 먼저 멜로디, 박자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거에요. 느리지만 오히려 그래서 기존 가수들의 풍에 물들지 않고 자신만의 노래를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요.

 

악보를 못보시는데 어떻게 연습을 하시나요?

한찬수) 소리. 그냥 귀로 듣고 음정, 박자, 멜로디 무수히 반복하며 부르고 듣고 또 부르는 거죠. 사실 사람들이 많이 물어봐요. ‘아니 어떻게 악보도 없이 연주를 하고 음악을 하느냐’고. 근데 생각해보면 악보가 먼저일까요, 음악이 먼저일까요? 원시시대 때에도 샤머니즘에 기반해서 두드리고 춤추고 음악이 있었어요. 그때 그 사람들이 악보 보고 음악했을까요? 결국 예술이란 건 인간의 감정, 영혼의 소리를 표현하는 거지, 악보는 나중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한찬수 선생님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셨나요?

한찬수) 예술쪽은 아무래도 부모에게 물려받는 게 있어야 된다고 봐요. 저도 음악을 특별히 배운 것 보단 부모님께 자연스럽게 배웠죠. 노래도 잘하셨고 그래서 어려서부터 가족 합창을 많이 했어요. 교회에서 찬송가도 많이 부르고. 자연스럽게 노래를 좋아했고 취미생활 정도였는데, 시력을 잃고 나서 본격적으로 ‘4번출구’ 밴드활동을 2006년부터 10년째 해왔고 최근에는 ‘B&W’를 결성한 거죠. 평생 음악을 할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시각장애가 그런 운명으로 이끌었던 것 같고요.

 

망막색소변성증(RP)은 어떤 병인가요?

한찬수씨 공연모습

한찬수) RP는 눈에 있는 망막 세포가 하나씩 죽어가는 희귀질환입니다.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서 치료법도 아직은 없는데, 외국에서는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요. 저도 회사생활 멀쩡히 하다가 갑자기 시력이 떨어지고 40세 넘어서 완전히 실명을 하게 됐죠. 이 병의 특징이, 시력도 시력이지만 진행에 따라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거에요. 바깥쪽에서부터 원형으로 좁아지다가 결국에는 전부 닫혀버리는 그런 거죠. 사람이 보통 시력이 나빠져도 그저 좀 침침한가보다 하고 잘 지내잖아요? 그렇게 일상생활을 하다가 제대로 진단조차 받지 못하고 장애를 맞이하게 되니까 상실감이 더 큰 것 같아요. 일부는 가족력을 가지고 있는 유전 형태로 전해지니까 가족들도 함께 힘들어지게 되죠.

 

망막색소변성증은 모두 장애로 이어지나요?

한찬수) 진단받을 초기에는 그래도 시력이 있기 때문에 장애로 인정되지 않고, 또 본인들도 장애란 걸 잘 받아들이지 못해요. 저도 그랬구요. 19살 때 처음 진단받았는데 눈도 그럭저럭 보이고 제가 어떻게 시각장애인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었겠어요.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실명까지 가게 되면 그때는 장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장애등록도 하게 되는 거, 뭐 다른 장애인분들과 비슷하겠죠. 아, 진주씨는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으셨고요.

 

시력을 천천히 잃어간다는 게 많이 힘드셨겠어요.

한찬수)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실명을 하게 되는 분들은 말 그대로 ‘충격’이 크실 거고, 저 같은 RP환우들은 그 충격을 오랜 기간 동안 몸과 마음으로 흡수해야 하다 보니 또 다른 아픔이 있는 거죠. 어느 순간 보면 이만큼 나빠져 있고, 또 다음에는 이만큼 시야가 좁아져 있는 걸 느끼니까,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죠.

 

공연 레파토리는 어떻게 짜세요?

이진주) 아무래도 우리가 50대다 보니까 7080 노래들, 우리가 좋아하는 노래들을 위주로 가요와 올드팝을 많이 선택하죠. 또 요새는 젊은 친구들도 흘러간 노래를 좋아라 하더라구요. 근데 매번 똑같은 풍만 할 순 없으니까 무대에 따라서 신곡도 한두 곡 넣고 하기 때문에 레파토리는 다양하다고 할 수 있죠.

 

좋아하는 뮤지션은 누구?

한찬수) 다양하게 좋아하는데 처음 팝에 빠져들었던 게 Bee Gees(비지스)였어요. 6~70년대 나온 Bee Gees 노래들 들어보면 화음이 너무 아름다웠고 그래서 지금도 듀엣 할 때 화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진주) 저는 좋아하는 가수 보다는 장르적으로 락발라드를 좋아해요.

한찬수) 근데 진주씨 18번은 심수봉의 ‘미워요’에요. 좋아하는 장르랑 18번은 좀 다른가봐.(웃음) ‘미워요’는 진짜 심수봉보다 더 멋지게 부르는 것 같아요.

 

마라톤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이진주) 한찬수씨 권유로 시작했는데, 폐활량 늘리는 데도 좋고 음악활동에 도움이 많이 돼요. 아마 이분(한찬수)이 저를 스파르타식으로 여전사를 만들려고 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웃음) 하프코스 완주했고 다음엔 풀코스도 도전하려구요. 한찬수씨는 시각장애인 마라톤협회 회장이에요. ‘다음’에 협회 카페도 운영하고 있구요.

마라톤 참가모습

 

공연하면서 재밌는 에피소드 있었다면?

한찬수) 최근에 했던 공연 중에 요양원에서 한 적이 있어요. 사실 저희가 7080세대까지는 커버가 되는데 요양원 분들께 맞춘 레파토리는 거의 없어요. 그래도 초청을 받았으니 어르신들이 좋아할 노래를 해야 하잖아요. 팝송도 어렵고, 흘러간 옛 가요들 찾아서 연습하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나요. 근데, 옛노래보다도 ‘내나이가 어때서’가 최고로 반응이 좋더만요. 다 따라하시고 춤도 추시고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었어요.

 

이진주씨는 무대경험이 많지는 않다고 하셨는데 공연할 때 어떤 점이 인상깊으세요?

이진주) 연습할때는 생각도 많고 잘 안되는 것 같은데, 무대에 올라가면 집중을 하게 되니까 연습때보다 더 노래도 잘 나오고 연주도 술술 되더라구요. 물론 실수하면 그만큼 속도 상하고 하지만 무대 하나 할때마다 성장하고 의욕이 높아지는 것 같아서 스스로 놀라요. 악기도 기타는 기본으로 하고 요새는 ‘카바사’(손잡이 달린 원통에 작은 구슬들이 감겨있어 손으로 문질러 ‘칙칙’ 소리를 내는 악기) 같은 리듬악기 배우는 재미가 또 쏠쏠해요.

 

앨범계획은?

한찬수) 자작곡이 몇 곡 있는데 아직 돈이 없어서 앨범은 못냈고, 조만간 준비해서 디지털싱글은 낼 생각이에요. 첫 번째가 ‘반갑다 친구야’라는 곡인데, 옛날 학창시절의 친구들,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할 만한 듀엣곡이에요. (인터뷰 후에 직접 연주와 노래를 해주시어 동영상으로 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른 장애인 친구들에게 힘이 되는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한찬수) 장애라는 게 누구에게나 극복과정이 참 어려워요. 근데 장애를 갖고 살다보니 지금 드는 생각은, 진짜 장애는 신체적인 장애보다도 그걸로 인해서 마음이 다쳤을 때 그게 진짜 장애인 것 같아요. 그걸 극복하고 세상과 당당히 맞서 나가서 활동하다보면 내가 장애인인 걸 잊게 되는 때도 있더라구요. 중요한 건, 힘들고 어렵겠지만 마음의 문을 열고 용기를 내서 세상에 나아가는 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이진주) 제가 그랬기 때문인진 몰라도, 자기가 제일 하고싶고 좋아하는 걸 찾아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그건 장애를 가진 친구들 뿐 아니라, ‘나이가 많아서’, ‘배운 게 많지 않아서’ 이런 핑계로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걸 찾지 못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 같아요.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라이브도 들려주신 ‘B&W’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독자분들도 앞으로 혼성듀엣 ‘B&W’ 많이 사랑해주시길...

'반갑다 친구야' 라이브 (B&W 자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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