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육장애인협회 정영만대표

인공 호흡기 자부담 시행에 반대한다

                                          

인공호흡기는 쉽게 설명해 생명유지 장치로 불린다. 그 동안에 정부에서 100% 인공호흡기 대여료를 지원해왔으나, 2016년 1월 1일 부터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이 사업을 맡아서 인공호흡기 대상자를 늘려 수행한다고 한다.

정부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담배세에서 ‘국민건강증진기금’을 마련하고, 그 기금에서 호흡기 질환자를 위한 의료비 지원 사업을 시행해 왔다. 지금껏 근육병, 루게릭병 등 희귀난치성질환자 11개 상병에 있는 1,812명(2014.12말 기준)에게 매년 140억 원 가량 인공호흡기 대여료를 지원해 왔다.

그 동안 인공호흡기가 필요하나, 정부의 지원정책 등이 없어 지원 받지 못한 장애인 등을 위한 대응마련을 고심했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희귀난치성의료비 지원사업’에 포함시킬 수 없자 아마도 통합정책으로 의료보험제도로 전환이 답이라 판단 한 것이라 여겨지는데, 그러면 기존 1,812명에 대한 대응마련까지 고민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지금의 문제라 볼 수 있다.

정부는 예산이 211억 원으로 늘어나고 약 500여 명 이상의 대상자가 확대 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지만, 정작 명확한 실태조사도 되어 있지 않아 그 예산과 인원, 그리고 기존에 혜택을 받고 있던 사람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예상도, 파악도 못하고 있다.

그저, “일단 믿고 기다려봐!” 라는 입장에서 “먼저 해보고 문제 되면 바꿔보지?”라는 생각인 듯하다. 환자는 고스란히 그 여파를 받아야 하는데 정작 자신들에게 닥치는 일이 아니니, 또 그동안 그만큼 받아왔으면 양보하라는 식의 생각은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는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의 현실을 알지 못하는 탁상행정에서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인공호흡기는 대당 가격이 500만 원에서 2,000만 원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보통 1,000만 원 대의 인공호흡기를 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인공호흡기가 폐에 직접적으로 공기를 주입시켜 주므로 위생 및 기계 관리를 위해서 월 60만 원의 임대 제도를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었다.

그 결과 과거에는 근육병, 루게릭병 등으로 사망하는 원인 중 호흡/심장 등의 기능상실로 사망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으나, 현재에는 재가호흡보조기라는 ‘인공호흡기’를 이용해 호흡에 의한 사망은 비약적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인공호흡기 건강보험적용에 대한 소문이 들릴 때는 2014년 년 말쯤이었다. 당시에는 풍문으로만 들었기에 회원들도 앞으로 어떻게 변화가 될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을 때이다. 이 일은 2015년, 4월 3일 “호흡보조기 등의 급여확대를 위한 관련 협회 의견 요청”의 공문으로 시작되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공문을 받고 질의한 결과 아직까지 결정된 사안이 없어 알려줄 게 없다고 했는데, 실은 2014년에 이미 인공호흡기 건강보험적용을 정해놓았던 것이다.

이후 6월 8일 “호흡보조기 등 급여적용 관련 간담회 참석 요청”의 공문이 왔다. 6월 12일 건강보험공단에서 인공호흡기 관련 간담회를 하니 참석하라는 내용이었다. 협회 대표로써 당연 참석이 필요했지만 이미 그 때는 뉴욕 UN본부에서 열리는 UN장애인권리협약 당사자국회의에 참석하기로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협회 부회장과 인공호흡기 사용 당사자를 보내게 되었다.

6월 12일 간담회에서는 2015년 11월부터 건강보험공단에서 사업을 맡아서 진행할 것이라는 설명과 앞으로 일반건강보험가입자(직장/지역의료보험가입자)에게는 자부담 10%가 발생할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고 한다.

간담회라 하면, 자부담 10% 발생에 대한 대책마련 안이나 의견수렴의 자세가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부담 10%에 대해서는 자기네들 소관이 아니므로 상관없다는 식이었고, 그 동안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으로 지원하던 질병관리본부조차 자부담 발생 10%에 대해서 생각하지도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이 후 질병관리본부에 대책마련 등을 요구하자 결국 8월 6일에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지원 호흡보조기 대여료 지원 방향에 대한 간담회”를 열면서, 최저생계비 300% 미만 가구에만 자부담 10%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인공호흡기 자부담 지원 정책에 참여한 회원과 부모들은 어이없는 발표에 망연자실했다. 간담회 자리를 빌어서 정부의 입장 발표만 하고, 당사자나 단체의 얘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연대”를 구성하고 정부의 일방통행에 대한 비판과 문제점들을 사회에 알리기 시작하였다. 두 차례에 걸친 기자회견과 1인 시위 현장에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노력했다. 노력의 빛이 보이는가 했지만, 정부는 2016년 1월 1일 변함없이 시행한다고 못을 박았다. 또 인공호흡기뿐만 아니라 가래제거를 위한 기침유발기도 내년에 전환된다는 소식도 있었다.

우리는 정부의 여러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회보장제도의 허점이 자부담 시행이다. 장애인활동지원인제도 자부담, 병원비 자부담, 약값 자부담, 보조기구 구입비 자부담 등 자부담이 모여서 월 80만 원 이상의 자부담을 내야 하는 가정에 최저생계비 300% 기준으로 1인 가구 수입이 185만 원인데, 정부는 4인 가구 소득이 500만 원이 넘기 때문에 이를 고소득 가구라고 말하며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얘기하는 가구소득이라는 것은 4인 가족의 개인 간 소득을 따로 보는 것이 아닌 가구 전체의 소득을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한 가구당 3명이 경제활동을 한다면 4인 가구 소득 500만 원은 쉽게 초과된다. 일반 사람들도 “한 가구에 500만 원의 소득이면 많은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가장 큰 오류이고 착각이다. 1인이 월 500만 원의 소득이라면 정말로 고소득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4인 가구 중 3인이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은 자녀들까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수입이 모두 치료비로 들어가야 하겠는가?

1인 가구 소득으로 보면 월 185만 원 수준인데, 이 것이 과연 고소득이라고 얘기해야 하는가? 실제 1인 가구로 소득이 월 200만 원 수준으로 인해서 인공호흡기 대여료 10%를 월 6만 5천 원씩을 내야 하는 가구도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인서비스 자부담 20만 원, 약 값 자부담 월 5만 원, 병원비 자부담, 인공호흡기 자부담 6만 5천 원 등을 더하기 시작하면 1인 가구 월 200만 원씩 벌어서 생계유지도 힘들게 될 처지에 놓였다.

앞으로 기침유발기도 건강보험공단으로 넘어가게 되면 또 자부담이 더해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갑작스런 정부정책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몰랐고 속수무책으로 정부의 주장대로 상황이 흘러가 버렸다.

이제는 우리의 현실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의 현실을 좀 더 명확히 정부와 세상에 알리기 위해 준비하고 행동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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