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이하 KBS)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공영방송으로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하고, 사회환경 감시와 비판의 언론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영방송으로서 KBS의 행보는 실망스럽다. KBS 제3라디오에서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정책, 일상 정보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을 폐지·변경하는 등 공익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 <우리는 한국인입니다> 폐지, <우리는 한 가족>의 시각장애인 MC 하차,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오늘의 신문> 프로그램 폐지, <사랑의 가족> 프로그램 방영을 비인기 시간대로 변경, 장애인 대표방송 <내일은 푸른 하늘> 재방송 편성 폐지 등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야할 시청약자의 정보접근권을 훼손시키는 방송 운영을 펼치고 있다.

특히,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제공 및 사회적 이슈를 다루며 장애에 대한 편견해소 및 인식개선에 앞장서는 <내일은 푸른 하늘>, <사랑의 가족>은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는 장애인 관련 대표적 장수 프로그램으로 장애계에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

<내일은 푸른 하늘>은 1981년 4월 13일 제1라디오에서 첫 방송 된 이후 2003년 제3라디오로 이관되었고, 제1라디오에서는 매일 밤 12시부터 1시까지 재방송으로 편성되어 유지되었다. 하지만 작년 10월 KBS는 사전 공지도 없이 <내일은 푸른하늘>의 제1라디오 재방송을 폐지하였다.

이러한 단계적 프로그램 폐지로 인해 늦은 시간 재방송으로나마 방송을 듣던 전국의 청취자들은 이마저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편성이 유지된 제3라디오 채널은 전국에 방송망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미, 1993년 5월부터 방송되던 지상파 유일의 장애인 전문 프로그램 <사랑의 가족>의 방송 시간을 2017년 6월부터 시청이 어려운 목요일 오후 1시로 변경하여 시청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KBS의 결정은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KBS는 올해 방송지표로 ‘희망과 감동, KBS가 함께합니다’를 선정하였고 이를 통해 갈등과 분열을 넘어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역할을 하겠다고 선전하였다. 하지만 그 ‘희망과 감동’ 안에는 장애인은 없는 것 같다.

TV시청에 있어 방영프로그램 예고를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것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기본적인 시청권이다. 하지만 장애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KBS는 시청률이 높은 황금시간대에 방영되는 몇 개의 프로그램만 음성으로 안내해 주는 보여주기 식의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작년 초 있었던 평창패럴림픽에서도 KBS는 올림픽과 비교해 중계 편성시간이 적다는 비판을 받아 중계를 확대한 바 있으며, 올림픽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장애계의 비판을 받았다. 그 이전에도 수어방송 확대, 평등권에 기반한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등 장애인의 시청권 보장을 위해 건의한 바 있지만 개선된 사항은 ‘여전히’ 없다.

KBS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국민에게 신뢰받기 위해서는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도 모두가 평등하게 방송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기존만 못하면서 장애인의 방송접근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에 우리는 KBS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길 바라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KBS는 <내일은 푸른하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1라디오에 정규편성 하라

둘째, KBS는 <사랑의 가족> 프로그램을 시청 가능한 시간대로 편성하라

셋째, KBS는 장애인 MC와 출연자들을 대폭 늘려 사회참여를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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