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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정점 양승태,대응전략 주목…묵비권 행사할까
김태일 기자 | 승인 2019.01.09 14:53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6월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판거래 의혹' 관련 입장을 발표 후 취재진 질문을 경청하며 굳은표정을 짓고 있다. 2018.6.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헌정사상 첫 전직 대법원장 검찰 공개 소환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대응전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의혹 제기 초반 자택 인근 기자회견 때와 같이 재판 거래와 법관 인사 불이익 등 주요 혐의를 강력 부인할지 일각의 전망처럼 '묵비권'을 행사할지를 두고 주목된다.

◇법조계, 묵비권 행사 '불리'관측

형사 전문 변호사들은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조사 전반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다소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묵비권 행사가 양 전 대법원장보다 오히려 검찰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미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차장과 양 전 대법원장을 공범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양 전 대법원장 기소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임 전 차장은 법관 인사 불이익, 재판거래 등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이 구체적인 지시를 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함구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기소를 피하는 것이 어렵고,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진술증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판단 아래 혐의를 부인해 볼만한 실익이 남아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단 한번에 그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수사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차례 소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잇따라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은 물론 향후 재판과정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크다.

양 전 대법원장의 묵비권 행사는 검찰에 더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을 소환하고도 가시적인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있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비판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으로선 자신의 혐의를 강력 부인하며, 자신과 관련된 물적 증거 수집과정 등 수사단계에 대한 절차적 위법성 주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형사전문 변호사들의 관측이다. 자신의 범죄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 수집 절차 등이 위법하다는 주장을 미리 하지 않으면 향후 재판에서 '절차적 위법성'을 다투기 애매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김앤장·민판연 '인적 교집합' 주목

양 전 대법원장 소환조사를 앞두고 양 전 대법원장을 둘러싼 김앤장과 민사판례연구회(이하 민판연)의 인적 교집합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과 세 차례 독대를 하고 관련 내용을 문서로 남겨뒀다는 의혹을 받는 A 변호사가 김앤장 소속이다. 양 전 대법원장과 공범관계에 있는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인 B 변호사도 11년간 김앤장에서 근무한 바 있다. 사법농단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재직했던 전직 법관 다수가 현재 김앤장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청와대와 강제징용 사건 진행을 논의하기 위해 '소인수 회의'에 참석했다는 혐의를 받는 박병대 전 대법관은 '법조계의 하나회'이자 '전관예우의 통로'라는 얘기가 나오는 ‘민판연’ 소속이다. 강제징용 재판거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A 변호사와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인 B변호사도 모두 민판연 출신이다. 양 전 대법원장도 민판연 소속이었지만 대법원장에 취임해 형식적 탈퇴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임 전 차장이 법원을 떠날 당시 임 전 차장의 거취 문제를 정리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임 전 차장의 자리를 챙겨준 것이 임 전 차장의 '입단속'을 위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임 전 차장은 평소 친분이 있던 법관 등에게 “사안이 잠잠해지면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 것으로도 알려졌다. 검찰도 이러한 정황을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일각에선 사법농단 관여 의혹을 받고 법원을 떠난 다수 법관들의 종착지가 김앤장이라는 점에서 김앤장이 사실상 사법농단 수사 대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사법농단 관여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법관들이 김앤장을 매개로 진술 내용과 진술 범위 등을 공유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에서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 관여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들이 통상의 형사사건 공범들과 마찬가지로 변호인을 소위 ‘비둘기’(연락책)로 활용해 검찰에서의 진술 내용과 범위,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공유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인적 네트워크를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률가인 양 전 대법원장이 수사과정에서 통신내역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측 가능한 만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이는 김앤장과 민판연 인사들을 통해 '구체적 정보교환'을 했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이 이번 검찰조사 과정에서 본인이 알고 있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언급하며 조사에 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검찰이 제기하고 있는 혐의를 반박할 수 있는 다른 증거 등을 확보했더라도 공판과정에서 검찰 측 주장을 탄핵하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왼쪽)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사법농단 수사 진검승부

조사대상인 양 전 대법원장과 검찰 모두 법률가인 만큼 11일 조사에선 향후 수사와 공판 전략 등을 노출하지 않기 위한 치밀한 수싸움이 예상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30여 년 동안 판사로 재직한 엘리트 법관출신이다. 자신의 검찰 진술이 재판과정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자신의 유·무죄 판단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등에 관한 전략적 판단이 가능하다.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인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소위 ‘방탄 법원’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나씩 돌파하며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 조사까지 이끌어내며 수사역량을 보여줬다.

이에 따라 양측 모두 향후 수사와 공판 전략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이어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조사방식에 대해 "주로 양 전 대법원장의 입장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 (범죄혐의 등을) 추궁하거나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도 이번 조사에서 적극적으로 해명하거나 소명을 해봐야 결국은 방어 전략만 노출하는 셈이 된다는 것을 이미 고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는 생물이다. 조사 대상의 태도와 답변 내용에 따라 순간적인 판단을 내려가며 진실을 찾는 과정이 조사"라며 "양 전 대법원장 조사의 큰 줄기는 가늠할 수 있겠지만 실제 조사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는 그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그나마 예측 가능성이 높은 것은 그 어떤 조사보다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김태일 기자  salt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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