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연속기획

1. 바뀌는 호흡보조기 지원 정책, 이대로 좋은가

2. 재가호흡보조기에 대한 임대료가 건강보험 급여화로 전환된 배경

3. 인공호흡기 사용 장애인 생존권 보장 공동대책 연대 투쟁 과정- 왜 투쟁인가

4. 희귀난치성질환자 밀착 취재- 더 이상의 자부담은 그만

5. 마무리

 

호흡보조기를 착용중인 서혜영 소장, 잠 잘 때 호흡보조기를 사용한다

나는 희귀난치성질환자입니다

33살의 나는 척수성근위축증을 앓고 있다. 척수성근위축증이란 척수에서 온 몸으로 나가는 신경 세포 전달이 차단되어 근육세포가 줄어드는 병이다. 돌 지나고 발병하여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자 부모님은 백방으로 무슨 병인지를 알아보러 다녔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확한 병명조차 없던 상태였다. 1988년도에 의사는 고관절이식수술을 권했고 그 부작용으로 더욱 상태가 나빠졌다.   

호흡보조기는 재작년부터 착용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고 폐가 답답하며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지속되어 병원에 가보니 몸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안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이산화탄소 중독이라며 호흡보조기를 처방해 주었다. 지금까지는 국고보조로 전액 지원을 받아 잘 때 착용해 왔다.

저와 여동생의 치료비 때문에 우리 집은 빚이 4억입니다

아버지는 서울 시청 공무원이었다. 실패로 끝난 고관절이식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하셨다. 아버지의 퇴직금으로 난 수술을 했고 우리는 한동안 텐트 생활을 해야 했다. 그 후 아버지는 다시 시험을 쳐서 경찰 공무원이 되었고 경찰 공무원을 하며 공무원 임대주택에서 칠년을 살았다. 그 당시 남동생과 여동생이 차례로 태어났다. 설상가상으로 여동생도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다. 중증 장애인인 우리를 가까이에서 보살피기 위해 부모님은 자영업을 시작했다.  

나와 같이 호흡보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자부담이 엄청나다. 폐가 약한 근육병 환자들은 조그만 감기에도 병원에 입원할 일이 생기는데 이 경우 일주일에 300만 원이 든다. 간병비는 하루에 8만원이다. 필터와 같은 소모품으로 월 20만여원이 들어간다. 그 뿐 아니라 전동침대와 휠체어는 1000만원을 오간다. 휠체어에 사용되는 배터리와 타이어 비용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우리 집은 나와 내 동생의 의료비로 인해 현재 4억 여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자만 한 달 300만원이다. 현재처럼 가족의 소득 수준과 재산 수준이 정부의 장애인 경제 지원을 판가름하는 잣대로 작용하는 한 중증장애인들은 가족에게 평생 죄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설로 갈게요, 아빠 절 보내주세요

난 말한다. 시설로 보내달라고. 시설로 가면 차상위 계층의 1인가구로 등록되어 월 65만원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빠는 그럴 때마다 “내가 죽는 날까지 널 품고 갈 거다”라고 말한다. 아마도 온 세상 부모의 공통된 심정이리라.

함께가자 도봉 IL 센터에서 근무중인 서혜영 소장

근육장애인들이 활개치는 세상을 위해 `함께가자 도봉 IL 센터'를 설립하다 

도봉구에도 장애인자립센터가 있다. 하지만 중증장애인 중에도 중증장애인인 근육장애인, 누워서는 팔조차 들기 어려운 근육장애인을 위한 센터는 없다. 함께 가자 자립생활센터는 사각 지대에 놓인 근육장애인들을 집집으로 찾아가서 상담하고 밖으로 나오도록 지원하고 있다.

굿잡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5년동안 활동가로 일하면서 일이 끝나면 밤에 저작권 보호 센터로 출근해 아르바이트를 했고 강의 수익까지 더해 `함께가자 도봉 IL 센터’를 설립했다. 여러 장애인 자립센터가 많지만 이 센터는 특별히 근육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한 센터이다.

지난 달 문경에서 팔순 노모의 보살핌으로 살아오던 근육장애인 형제가 시설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접해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형제를 서울에 데려와 자립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다. 모든 근육 장애인이 자립하는 그날까지 우리는 싸워 나갈 것이다.

정부에 촉구한다!

정부는 호흡보조기 전액 지원 사업을 유지하라!

정부는 장애인들이 어렵게 마련해 온 자립의 틀을 깨지 말아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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