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금년 여름 본의 아니게 하루에 두 시간을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다. 동네와 동네를 가로질러 구 단위의 행정구역을 이동하는 고된 일이었다. 물론 지금 이 시간도 직장에 출퇴근 하는 장애인들은 더욱 먼 거리를 매일 전쟁을 치르듯 이동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지난번 글에서 말했듯이 전동 휠체어를 타고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 길을 나선다는 것은 장애인들에겐 큰 모험일 수 밖에 없다. 나 또한 그 모험을 감수하고 첫 바퀴를 굴려야만 했던 것이다. 그 세계가 상상보다 더 위험한 정글인지도 모른 채…….

휠체어는 자동차나 자전거와 달리 장애인의 발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필자는 차도가 아닌 인도로 다니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이 사회의 인도는 휠체어가 다니는 것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우선 필자의 안전을 위해서 가능하면 차도가 아닌 인도로 올라가 바퀴를 굴리기 시작했다. 첫째로 전해져오는 온몸의 느낌은 수많은 요철의 진동이었다. 들쭉날쭉한 보도블록의 길은 혹여 어렸을 적 경운기 뒤에 앉아 달달달 떨면서 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속도를 적당히 줄이고 살짝살짝 넘어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목과 허리가 안 좋은 필자에겐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보도블록의 상태는 도대체 왜 이리도 울퉁불퉁하고, 깨지고, 파여 있단 말인가? 처음부터 시공이 부실했을까? 아니면 사람들이 함부로 망가뜨렸을까? 공사를 하고 제대로 원상복구를 하지 않은 걸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지금까지는 문제도 아니란 걸 바로 맞닥뜨렸다.

인도에 세워진 자전거, 오토바이가 “넌 못가!”하며 가로막고 버티고 있었고, 필자의 앉은 키보다 더 높은 짐들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않는 산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코끼리 같은 자동차들은 왜 인도에 걸쳐 잠을 자고 있는가! 어떨 땐 인도의 끝이 경사로가 아니라 높은 턱 그대로 낭떠러지이다.

필자는 앞으로 갈 수도 없고 차도로 내려갈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오던 길을 돌아가 차도로 그 정글 숲(?)을 피해갈 수 밖에는 없었다. 차량들이 쌩쌩 달려가는 위험한 차도인 것은 알지만 그 정글(?)을 헤쳐 나갈 방법과 맞설 수 있는 힘이 필자에겐 없는 것이다. 되도록 골목길을 돌아 차량의 통행이 적은 길을 택해서 가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렇게 오고가며 다니다보니 필자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만든 도로인 것은 누구든지 알고 있지만 그 표지판이 더 의미 있게 들어온 이유는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도로가 없는 현실에 너무나 대비되는 점이기 때문이다. ‘자전거, 전동휠체어 전용도로’라고 쓰였으면 좋지 않을까! 물론 더욱 안전하고 효율적인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너무나 무서운 이 정글에서 필자와 수많은 장애인들은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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